

서울식물원은 첫 번째 로비 프로젝트로 정찬부 작가의 <피어나다>전을 선보입니다.
식물문화센터 로비에 들어서면 전면에 보이는 정찬부의 <피어나다>는 초록, 파랑, 노랑, 빨강 등 생동감 넘치는 색으로 구성되어 중앙 천장에 매달려 있습니다.
정찬부의 작품은 길쭉한 나뭇잎 또는 유충, 작은 씨앗 또는 콩, 연체동물 또는 번데기, 즉 어떤 생명체를 연상시키는 형태를 지녔습니다.
가까이 가보면 우리는 그제야 그것이 플라스틱 빨대임을 알게 되는데, 짧게 자른 빨대를 집적시킨 형태는 무한 증식하는 세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로비 왼편에는 산세베리아 화분들 사이에 돌이 깔려있고 벽면에는 도마뱀이 기어 다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것은 빨대를 사용해 작가가 조성한 인공정원입니다.
털실이나 전깃줄처럼 유동적인 움직임이 내포된 재료를 사용하던 정찬부는 2007년부터 빨대를 주로 사용하여 작업하고 있습니다.
한 번 쓰고 버려지는 일회용품인 빨대를 바라보며 금방 소모되는 것에 대한 의문을 가진 작가는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지만 속이 비어있어 가벼운 재료인 빨대를 이용해 역설적으로 생명과 자연의 근원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먹고 마시는 행위를 연상시키는 빨대는 일회용인데다가 사용 후 버려지고 나서도 지구의 환경을 위협합니다.
오직 인간만이 사용하는 빨대는 자본주의 사회가 창출하고 부추기는 인간의 욕망을 상징합니다.
작가는 빨대의 물성을 강하게 드러내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지만, 빨대로 만들어 내는 형태들이 오히려 자연이나 생명의 근원, 발아하려는 생명의 에너지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입니다.